원글 링크: https://heisenberg.kr/arista_6g/


1분 요약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AI 데이터센터 안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길을 깔아주는 회사입니다. 엔비디아 GPU가 서로 얘기할 수 있게 교통정리해주는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죠. 그러다보니 “AI 붐 끝나면 얘도 끝 아니야?”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닷컴 버블 때 시스코가 90% 폭락했고 아직도 전고점을 못 찾은 것처럼요. 근데 이건 반만 맞습니다. 시스코는 장비 회사였고, 아리스타는 운영체제 회사에 가깝거든요. 아리스타의 진짜 무기는 스위치가 아니라 EOS라는 네트워크 운영체제입니다. 한 번 깔리면 회사 네트워크 전체가 그 OS 기준으로 돌아가서, 쉽게 못 바꿉니다. 윈도우 깔린 회사가 갑자기 전부 맥으로 못 바꾸는 것처럼요. 그리고 아리스타는 이 EOS를 AI 데이터센터에 심어놨습니다. 기업 와이파이, 사내망, 나중엔 6G 통신망까지 그대로 확장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아리스타는 AI 버블에 올라탄 회사라고 하면 다소 과하고, 네트워크 표준을 노리는 회사라고 봄이 바람직합니다. 저는 시장이 아리스타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Chapter 1: 나의 생각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질문을 하나 드리죠. 

이 주가 그래프, 무슨 기업일 것 같습니까? 스크롤을 내리지 말고 한번 추측해보자고요.

위 주가 그래프를 보면 2000년대 초반의 급락이 보이시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2000년은 바로 닷컴 버블이 터진 해입니다.

그렇다면 무언가 기술 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힌트를 하나 드리면 조금 젊은 분들은 처음 들어봤을 기업일 겁니다.

인터넷의 혈관을 만드는 회사가 한때 전세계 시총 1위였던 때가 있었지요.

정답은 한 때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었던 시스코의 주가 차트입니다.

닷컴 버블을 타고 5년만에 주가가 4,000% 급상승하였다가 다시 90% 추락한 시스코의 주가 차트… 

시스코는 아직도 25년 전의 전고점을 뚫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스코의 주가 그래프를 통해 AI 버블 붕괴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스위치 시장에서 아리스타(ANET)라는 기업이 시스코를 위협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80% 트래픽이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데, 이더넷 스위치는 여러 기기를 연결해서 데이터가 잘 전송되도록 도와주는 우체국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AI 시대의 부상과 함께 아리스타가 데이터센터 스위치에서 29.2%, 시스코가 20.1%로 앞서기 시작했어요.[20] 그러면서 아리스타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주가 차트를 보면 AI 붐이 시작되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기술력과 상황 = 주가 상승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외적인 혹은 내부적인 상승 요인이 없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말하는 하이젠버그이므로, 기술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면 아리스타는 AI의 숨은 수혜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리스타는 AI 버블 붕괴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최근 월가 투자 전문 매체들의 의견입니다. [1] 재무 상태가 중요한 그들에게,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매출의 비중이 60-65%에 달하는 아리스타는 시스코가 닷컴 버블이 끝나고 추락했듯, AI 버블이 터지면 폭락할 회사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 담대하게 아리스타 대신 매수해야 할 종목 추천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들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지난 리포트에서 아리스타가 엔비디아의 AI 데이터센터 독점을 깨부순 반란군임을 확인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리스타가 AI 데이터센터 열풍에만 올라탄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아리스타가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잠입시킨 트로이 목마일 뿐입니다.

아리스타의 전략을 형상화한 그림. 출처: 나노 바나나 프로

아리스타의 진짜 야심은, 트로이 목마를 통해 성 안을 장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진짜 목표는, 트로이 목마 안에 든 EOS(Extensible Operating System)라는 무기를 성 안에서 더욱 단단하게 단련하여 성 밖으로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유무선 연결을 EOS로 통일하는 것입니다. EOS는 아리스타가 자사 네트워크 스위치에 탑재하는 네트워크 운영체제입니다. 

월가에서는 아리스타 매출의 대부분이 AI 데이터센터니 AI 버블이 터지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건 하드웨어 회사의 사고 방식입니다. 하지만 EOS는 하드웨어가 아닙니다. 과거를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PC 시대에 HP나 IBM 같은 기업이 세상을 지배했나요? 아니죠. 윈도우가 지배했죠. 모바일 시대는 어떤가요? 안드로이드와 iOS가 양분하고 있죠. 마찬가지입니다. 아리스타는 스위치를 파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표준 OS를 밀어 넣고 있습니다.

AI데이터센터에 EOS를 심어두면, 앞으로 네트워크와 기업 유선망, 엣지 컴퓨팅과 향후 무선 인프라 등이 같은 운영체제에서 돌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AI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치는 성벽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트로이 목마일 뿐, 진짜는 ‘EOS’에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통신 시장은 시스코, 노키아, 화웨이와와 같은 공룡들이 지배하는 철옹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의 비약적인 발전과 AI라는 거대한 해일이 철옹성에 조금씩 금이 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리스타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성을 장악하여 영주가 되고, 영주를 넘어 황제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미 나이 들어 노쇠한 왕조인 시스코의 심장을 겨누고, 더 나아가 천하통일의 꿈을 꾸고 있는 아리스타의 큰 그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Chapter 2: 배경 및 원리

아리스타가 트로이 목마를 보내 성 안을 먼저 점령한 후, 그 성을 거점으로 삼아 천하통일을 꿈꾼다고 하였는데, 그럼 그 성은 뭐고, 성 밖의 세상은 무엇일까요?

네트워크 시장은 태초부터 철저히 두 개로 나누어져 발전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체 네트워크 시장을 크게 성벽 안과 성벽 밖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성벽 안: 캠퍼스 / 데이터센터 (Private)

세상에 성이 하나만 있지는 않겠죠. 여러분이 매일 출근하는 회사, 공부를 하는 학교, 병원 등이 모두 각각의 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엄청난 숫자의 기업이 구매하는 대중적 시장이기 때문에, 규모로 따지면 가장 큰 시장입니다. 7년 정도의 교체 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마진도 높고 안정적입니다.

각각의 성 안에는 수천 대의 PC, CCTV, 프린터 등의 다양한 기기가 유무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 개개인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이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여러분이 학교나 회사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회사의 와이파이 공유기와 통신을 한 후 와이파이 공유기에 접속한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는 각 층별, 혹은 구역별로 존재하는 TPS실 안의 스위치 장비로 모입니다. TPS실에서 모인 정보들은 다시 전산실(MDF)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곳에는 거대한 백본(Backbone) 스위치와 방화벽(Firewall)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통신사 망으로 나가는 검문소입니다. 회사에서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해킹 시도를 막아내는 것도, 바로 이 보안 관문들이 모든 트래픽을 낱낱이 검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 몇 개의 장비를 거친 걸까요? 하나의 성 안에도 이렇게나 많은 장비들이 존재하는 데 세상에 학교, 기업, 병원 등 수백만 개의 성이 있습니다. 캠퍼스 네트워크 시장이 얼마나 큰 시장인지 감이 오시나요?

포스텍에 설치된 시스코의 와이파이 (무선랜) 장비. 직접 촬영

지금까지 이 성 내부를 다스리고 있던 영주는 바로 시스코였습니다. 수십 년간 깔아놓은 장비와 인프라, 그리고 다양한 기능은 시스코의 강력한 해자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성벽 밖: Telco(통신사)망 (Public)

성벽 밖의 시장은 훨씬 복잡하고 경쟁자가 많습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이 5G로 연결되는 기지국, 그리고 그 기지국들을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망, 그리고 성과 성 사이를 잇는 모든 유선 통신망이 바로 성벽 밖의 세상입니다.

네이버에 접속하려면 네이버의 성 안에서 데이터를 내가 있는 성으로 가져와야 하겠죠. 캠퍼스와 캠퍼스,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를 잇는 거대한 백본과 라우팅이 성벽 밖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후 다루겠지만, 데이터센터 여러 개를 마치 하나의 데이터센터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Scale-Across 기술 역시 성벽 밖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원래 여러 사용자와 서버 등을 이어주는 것은 통신사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 통신사들이 망을 깔기 위해 라우터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 라우터 시장은 시스코, 화웨이, 주니퍼, 노키아 공룡들이 지키고 있는 철옹성입니다.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보다는 정체된 시장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의 시장입니다. SKT, SKB, KT, U+ 등 통신사들이 이 회사들의 장비를 구매하여 전국에 통신망을 깔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스위치와 라우터는 무엇일까?

붕괴되는 성벽

이 둘은 왜 지금까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나뉘어져 있었을까요? 지향하는 목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벽 안에 해당하는 엔터프라이즈/캠퍼스 네트워크의 경우, 여러분의 사무실이나 학교의 와이파이가 새벽에 잠깐 끊기거나 업데이트를 위해 몇 시간동안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한 조금의 속도 딜레이가 있어도 약간 불편할 뿐 큰 불만이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다양한 기능과 편리한 관리가 더 중요한 시장입니다. 회사 내 유튜브 차단, 프린터 연결, 외부 사용자 관리, 수많은 기기 연결 등의 기능이 더 중요하지, 1년 365일 항상 안정적이고 매우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이 매우 떨어지므로 ‘굳이’입니다.

성벽 밖의 텔코 망은 다릅니다. 연결되어 있는 사용자와 성의 개수가 매우 많으며, 또한 국가 재난 통신망, 119 신고 전화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성은 모두 필수적으로 작동돼야 하는 시간이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성이 수십만, 수백만 개가 있다면? 여기선 Five 9s (99.999%), 즉 1년에 서비스 장애 시간이 5분 15초를 넘기면 안된다는 철칙을 지켜야 합니다. [3] 그래서 텔코 장비는 기능이 적더라도 절대 죽지 않는 좀비같은 안정성과 빠른 속도가 최우선이었습니다. 캠퍼스용 장비로는 이 엄격한 규격을 맞출 수 없었기에 비싸고 튼튼한 전용 라우터 장비를 써야만 했습니다.

둘 사이의 언어(Protocol)도 완전히 다릅니다. 성벽 안에서는 이더넷과 IP라는 언어로 대화합니다. 그러나 성벽 밖의 텔코는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구분해야 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데이터를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과거의 엔터프라이즈 칩셋들은 굳이 이 복잡한 텔코용 언어를 처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범용 칩셋을 사용한 캠퍼스 스위치로는 이 수준을 달성할 수 없었고, 통신 전용 장비와 라우터를 사용해야만 텔코 망에 필요한 속도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브로드컴 등의 회사들이 제작하는 범용 칩셋(Merchant Sillicon)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전용 장비와 칩셋의 성능을 따라잡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통신사들도 굳이 라우터 회사들이 제공하는 비싼 틀 안에 갇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챕터에서 다루겠지만,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폐쇄적인 전용 장비에서 개방형 인프라로 체질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벽 안을 노리는 아리스타가 성벽 밖까지 넘볼 수 있게 된 결정적 이유입니다.


Chapter 3. 결과 및 전망

아리스타는 이미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전쟁에서 이더넷 전략을 활용하여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트로이 목마 삼아 성 안을 완전히 장악하고, 더 나아가 성 밖까지 진출하려는 정복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성 안을 점령하라: 캠퍼스와 데이터센터

성 안을 다스리고 있는 영주는 시스코입니다. 그런데, 시스코가 정말 엔터프라이즈/캠퍼스 네트워크를 잘 하는 것이 맞을까요?

포스텍의 캠퍼스 네트워크는 시스코 장비로 가득 차있습니다. 하지만, 시험 기간 도서관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와이파이가 접속이 되지 않거나 주기적으로 끊깁니다. 제발 와이파이 좀 고쳐달라는 아우성이 에브리타임 커뮤니티를 도배하곤 합니다. 저 역시 너무 짜증이 나서 그냥 핫스팟을 켜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총장과의 대화에서 도서관 와이파이 개선 요구가 많아, 담당 부서에서 개선 노력을 했음에도 현재까지도 간헐적 접속 장애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포스텍 도서관 무선인터넷 개선 관련 공지문

포스텍은 세계 1위인 시스코의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를 시스코의 고질적인 문제점, OS 파편화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수십 년간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불리다 보니, 스위치 / 라우터 / 무선 AP 등등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가 제각각입니다. 중앙에서 통합 관제를 하려 해도 여러 OS가 동시에 동작하다보니 트래픽이 몰리면 병목이 생기고 장애가 발생해도 중앙에서 원인을 한 눈에 파악하기 힘듭니다. 실제로 담당 부서에서는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므로 장애가 발생할 때마다 신고를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타는 시스코와 달리 단일 OS 전략을 고수합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초고성능 스위치를 안정적으로 동작시킨 것으로 이미 검증이 완료된 EOS(Extensible Operating System)를 그대로 캠퍼스 스위치와 와이파이 장비에 이식했습니다. 이를 통해 와이파이와 유선 연결 모두를 통합 관리하는 전략으로 시스코의 안방인 캠퍼스 시장의 파이를 야금야금 뺏어오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장치들이 연결되어 있어 장애를 파악하기가 힘든 캠퍼스 시장의 특성상 EOS라는 운영체제를 통한 손쉬운 모니터링과 관리는 강력한 장점입니다.

아리스타에서 실제 서비스 중인 네트워크 위협 모니터링 대시보드. (출처: 아리스타 네트웍스)

시스코의 파편화된 OS와 아리스타의 통합된 EOS의 차이는 단순히 안정성이나 속도 부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것은 최근 들어 점점 중요해지는 보안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4] 과거엔 위협 대응을 백신 소프트웨어, 침입 탐지 시스템, 방화벽 등 탐지 도구에 의존했지만 해커들의 공격이 고도화되며 전통적인 기술로는 위협을 탐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의 최신 연구 트렌드는 바로 NDR입니다. NDR은 Network Detection and Response의 약자로, 네트워크 트래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 시계열 분석 등의 기술로 의심스러운 활동이나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사이버 보안 기술의 카테고리입니다. 딥러닝 기반의 NDR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모든 혈관 (L2/L3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모든 OS가 통일된 아리스타에서는 이것을 구현하기 매우 쉽지만, 시스코의 파편화된 OS로는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안의 핵심은 가시성(Visibility)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터지는 게 해킹이니까요.) 시스코는 장비마다 OS가 다르고, 서로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전체를 한눈에 보려면 통역이 필요하고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반면, 아리스타는 모든 장비가 EOS라는 하나의 운영체제와 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하기 때문에, 캠퍼스 말단부터 데이터센터 깊은 곳까지 모든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사각지대 없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리스타의 캠퍼스 스위치에는 사람의 개입 없이 위협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추가적인 하드웨어 없이도 네트워크 깊숙한 곳의 위협을 탐지하고,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ND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5]

위의 모든 것을 합쳐서 Cognitive Campus라고 부릅니다. 캠퍼스 자체가 인지 능력을 가지고 관리하고, 모니터링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 밖으로 나가 황제가 된다: Scale-Across

아리스타는 시스코의 캠퍼스 시장을 뺏어 성 안을 지배하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리스타는 최근 Scale-Across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6] Scale-Across가 뭐냐? AI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 층을 넘어 한 건물 전체를 다 써도 그래픽카드를 꽂을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 건물로 데이터센터를 나누게 됩니다. 이 때 등장한 개념인 Scale-Across는 물리적, 지리적 한계를 넘어선 AI 클러스터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여러 건물을 하나의 서버처럼 사용하려면 건물 사이를 잇는 광역 네트워크 (WAN, DCI)가 마치 건물의 내부를 잇는 것처럼 빠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Scale-Across를 형상화한다면 이런 모습이다. 출처: 엔비디아 기술 블로그 [7]

아리스타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성벽 안의 데이터센터를 점령하는 데 사용한 빠르고 효율적인 기술인 이더넷과 EOS를 성벽 밖까지 그대로 끌고 나오겠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타는 길을 알 필요는 없이 건물 안의 교통 정리에 특화된 초고성능 스위치를 잘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러나 광역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것은 스위칭이 아닌 라우팅입니다. 앞서 라우팅은 길을 찾아주는 네비게이션, 혹은 물류 허브와 비슷하다고 했는데요, 다르게 말하자면 라우터는 온 세상의 길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큰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그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스위치에, 전국의 지도(라우팅 테이블)를 저장하기 위한 메모리를 붙이고 최적화를 한다면 라우터로 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바로 이것이 아리스타의 전략입니다. 통신사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무겁고 비싼 전통 라우터 대신, 더 저렴하고 성능은 비슷한 아리스타의 라우터 기능을 품은 슈퍼 스위치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드웨어 성능도 좋지만, 아리스타의 진짜 경쟁력은 역시나 EOS입니다. 데이터센터 내부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던 운영체제를 그대로 데이터센터 사이의 연결을 관리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서 이미 아리스타를 선택한 고객들이 Scale-Across에서도 아리스타를 선택하도록 하는 락인 효과로 작용합니다.

아리스타는 Scale-Across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초고성능 스위치로 라우터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잘 작동한다면, 텔코의 백본에 필요한 라우터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리스타는 Cloud-Grade Routing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했습니다. [8]

통신사와 통신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관문 (피어링),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를 잇는 통신사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장비 (코어 라우팅),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잇는 전용 고속도로 (DCI), 기지국 라우터 (Mobile Edge)까지 아리스타의 관심사는 무선장비를 제외한 모든 네트워크 장비에 포진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AI-RAN, 새로운 시장의 형성

언뜻 본다면 아리스타는 6G나 AI-RAN 등 텔코의 무선 통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안테나를 만들고 무선 기지국을 조절하는 것은 아리스타와 아무런 연관이 없죠. AI-RAN Alliance의 창립 멤버나 현재 멤버에도 아리스타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RAN 자체가 Radio Access Network의 줄임말, 즉 무선 접속망입니다.) 그러나, 아리스타가 AI-RAN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입니다. 사실 아리스타는 이미 2021년 5G RAN Edge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9] 그들은 오래 전부터 조용히 기지국에 들어갈 소프트웨어와 라우팅 기술을 준비해왔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AI-RAN Alliance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AI-RAN의 많은 부분이 아리스타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I-RAN은 개별 기지국 장비가 담당하고 있던 무선 통신의 기능들을 모두 GPU 기반으로 AI가 동작시키도록 하고 사용자와 사용자 사이의 길을 찾아주는 라우팅 최적화까지도 AI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AI-Native)

범용 칩셋을 통신에 사용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반도체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을 때 통신에 AI를 쓴다는 것은 그저 망상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AI와 GPU 성능의 비약적 발전이 기술적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이제는 통신에 AI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성능과 속도를 냅니다. 

통신에 AI가 접목되는 영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실제 전파를 주고받는 물리 계층(Physical Layer)에서 딥러닝이 기존의 통신을 능가하는 성능을 내고 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수석 연구원인 제이콥 호이디스 (Jakob Hoydis)가 노키아 벨 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AI 기반 통신 스타트업인 DeepSig의 창립자 티모시 오시어 (Timothy O’shea)와 함께 2017년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 “An Introduction to Deep Learning for the Physical Layer” 에서는 어떻게 전파를 주고받아야 할 지에 대해서 기존의 복잡한 수학적 통신 모델을 딥러닝으로 대체했을 때 전송 효율이 더 높음을 증명해냈습니다. [10] (통신 학계는 머신러닝에 비해 논문이 나오는 시간도 길고 연구자 숫자가 더 적기 때문에 인용수가 훨씬 적습니다. 그럼에도 인용수가 3,500회가 넘는다는 건 학계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뜻입니다.)

이 논문이 벌써 8년 전 논문입니다. 현재는 수없이 많은 후속 연구들이 딥러닝을 통해 물리 계층의 혁신을 일구어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6G 시대의 기지국에는 통신 전용 칩과 장비가 아닌 AI 연산을 위한 GPU가 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네트워크에서 데이터가 오고 가는 방식 역시, 최근에는 딥러닝을 통해 성능과 안정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원래 인터넷 네트워크는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데이터가 실제로 이동하는 데이터 플레인(Data Plane)이고, 다른 하나는 그 데이터를 어떤 경로로 보낼지 결정하는 컨트롤 플레인(Control Plane)입니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문제가 생기면 “어디가 막혔는지”는 알 수 있어도, “왜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기는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터질지”는 스스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한계를 처음으로 지적한 사람이 2003년 데이비드 D. 클라크입니다. 그는 네트워크가 단순히 규칙대로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의 정보를 학습하고 스스로를 진단·치료할 수 있는 지식 평면(Knowledge Plane)이라는 새로운 계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11] 오늘날 딥러닝 기반 네트워크 기술은 바로 이 ‘지식 평면’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이제 데이터를 전달하는 도로가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12] 더 자세한 내용은 지난 번 작성한 AI-RAN 리포트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3] AI-RAN은 이름 그대로 무선통신망(RAN)에 AI를 붙인 거에요. 

AI-RAN이 6G 시대에 ‘필수’인 이유는 6G는 규칙으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든 알고리즘과 규칙으로는 무선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AI를 안 쓰면 안 되는 단계에 돌입한 거에요. 

최근 통신 업계에서는, 통신을 지능화하기 위한 AI를 어디에서 구동해야 하는지를 두고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방향은, 지역별로 거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해당 구역의 모든 통신 관련 연산을 중앙의 AI가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각 기지국이 스스로 판단하는 대신, 중앙 AI가 계산한 결과를 전달받아 그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통신 장비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이제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과 같은 고가의 전용 통신 장비 대신, 범용 서버에 엔비디아 GPU를 장착해 AI 연산을 수행하고, 이를 각 기지국과 연결할 고성능 스위치와 라우터를 찾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통신사들이 찾고 있는 것은 엔비디아 GPU를 최대한 비효율 없이 굴려줄 수 있는 네트워크입니다.

엔비디아는 6G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포텐셜이 어마어마하죠? (출처: 엔비디아)

갑자기 엔비디아가 등장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주제만으로도 리포트 하나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자세한 배경은 이전 리포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엔비디아는 6G 시대 네트워크 구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6G로 넘어가면서 통신망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과거처럼 기지국이 정해진 규칙대로 신호만 처리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 수, 트래픽 패턴, 간섭 환경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통신 품질을 유지하려면 판단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고성능 AI 연산이 필수가 됩니다. 때문에 6G 시대에는 기지국 단위에서 발생하는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앙에서 강력한 AI가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가 요구됩니다.

이 흐름을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시점이 2025년 11월입니다. 엔비디아는 AI-RAN이 6G 시대의 핵심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통신 소프트웨어 자체를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한 ‘AI 네이티브 무선 스택’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기존 무선 장비에 AI를 덧붙인 수준이 아니라, 무선 신호 처리와 자원 배분, 네트워크 판단 과정 자체를 AI가 담당하도록 재구성한 새로운 통신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일어납니다. 그동안 아리스타의 주 무대였던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기술이 ‘AI-RAN’이라는 이름으로 통신망 내부로 흡수되기 시작한 거에요 통신망의 핵심 연산을 담당하는 AI가 데이터센터에 위치하게 되면서, 텔코 네트워크의 일부가 사실상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와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AI 데이터센터는 통신망 외부에서 지원하는 보조 기술이 아닙니다. 통신 네트워크 그 자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이미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검증된 아리스타의 네트워크 솔루션이 자연스럽게 통신사 영역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리스타가 강점을 보유한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기술의 적용 범위가, 하이퍼스케일러를 넘어 통신사 고객까지 넓어지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요약하면…

처음 아리스타는 AI 데이터센터에서만 잘 나가는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 GPU를 잔뜩 꽂아놓은 데이터센터 안에서, 그 GPU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길을 깔아주는 역할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리스타를 ‘AI 데이터센터 붐에 올라탄 네트워크 장비 회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통신망이 AI를 필요로 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6G 시대로 접어들며, 기지국은 더 이상 정해진 규칙대로 신호만 처리하는 장비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최적화해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 됐습니다. 그 판단을 사람이 만든 알고리즘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통신사들은 AI를 네트워크의 중심에 두는 AI-RAN 구조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AI는 기지국 안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GPU에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순간, 통신망은 사실상 데이터센터와 같은 구조가 됩니다. 중앙 데이터센터에서 AI가 판단하고, 기지국은 그 판단을 실행하는 말단 장치가 됩니다. 통신망이 ‘장비의 집합’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가 확장된 형태’로 변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아리스타의 위치가 바뀝니다. 아리스타는 이미 AI 데이터센터에서 검증된 네트워크 구조와 운영체제를 그대로 들고, 통신망 안으로 들어옵니다. 통신사가 AI-RAN을 도입할수록, 아리스타가 가장 익숙한 환경이 통신망 내부에 펼쳐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아리스타의 성장은 AI 데이터센터 하나에 걸려 있는 베팅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예 이 분야의 이해가 없는 사람입니다. AI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그 AI가 돌아가는 네트워크는 점점 데이터센터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의 표준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회사가 바로 아리스타입니다. 이 회사가 유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장이 아리스타의 홈그라운드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hapter 4: 앞으로의 미래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아리스타가 AI라는 트로이 목마를 타고 성 안을 점령했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벽이 무너졌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성 밖의 공룡들이 성 안으로 쳐들어올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성 밖의 공룡들은 각자의 뾰족한 무기를 들고 아리스타의 모든 부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 경쟁자들을 하나씩 알아보죠.

노키아(Nokia): 빛의 속도로 성 안을 기습한다 – 노키아는 통신 장비의 제왕이자, 광통신(Optical) 기술의 정점에 있는 기업입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적은 ‘전력 소모’와 ‘발열’입니다. 노키아는 전기가 흐르는 구리선 대신, 칩 바로 옆까지 빛을 끌고 들어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4] 아리스타가 LPO(Linear Pluggable Optics)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15] 광통신의 원천 기술을 가진 노키아의 공격은 매우 위협적입니다.

시스코(Cisco): Scale-Across로 락인한다 – 아무리 요즘 힘을 못쓴다지만, 여전히 네트워크 1위 기업인 시스코입니다. 그들은 실리콘 원(Silicon One)이라는 괴물 칩을 앞세워 아리스타가 노리고 있는 Scale-Across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16] 라우팅과 스위칭을 하나의 칩으로 처리하는 이 기술로, 시스코는 “복잡한 건 다 옛날 얘기다. 우리도 이제 하나다”라고 외치며 거대한 인프라를 무기로 방어전을 넘어 역공을 펼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Nvidia): 아리스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 지난 번 리포트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내용이죠. 이미 Infiniband를 누른 이더넷 기술이지만, 엔비디아는 다시 좀비처럼 이더넷 스위치로 시장을 장악하려 합니다. Spectrum-X 스위치를 내놓으며 “AI를 위한 이더넷은 따로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메타와 오라클같은 큰 고객들이 아리스타 대신 엔비디아의 스위치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GPU를 쥔 자가 네트워크까지 흔드는 형국이 아리스타에겐 가장 껄끄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HPE + 주니퍼: 캠퍼스의 새로운 패왕 – 캠퍼스 네트워크에서는 HPE가 주니퍼 네트웍스를 삼키며 괴물이 탄생했습니다. HPE Aruba라는 캠퍼스 네트워크에 주니퍼의 Mist AI와 스위치 장비 등을 결합하여 HPE 네트워킹이라는 새로운 사업부를 설립하였습니다. [17] Mist AI는 “와이파이가 왜 안 돼?”라는 질문에 AI가 1초 만에 답을 주는, 캠퍼스 네트워크의 이상 탐지 및 장애 예측 솔루션입니다. 아리스타가 Cognitive Campus로 치고 나가려던 길목에 거대한 산이 생긴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타만의 해자는 강력하다

이토록 강력한 적들 사이에서, 저는 왜 아리스타의 경쟁력을 확신할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기술 한두 개의 스펙이 앞서서가 아닙니다. 바로 단일 OS인 EOS와 기업 문화라는 DNA는 쉽게 베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EOS: 쪼개지지 않는 하나의 제국 – 시스코는 회사를 사들일 때마다 OS가 누더기처럼 기워졌습니다. HPE와 주니퍼의 결합은 물리적으론 합쳐졌을지 몰라도, 그들의 소프트웨어가 하나로 녹아드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아리스타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오직 하나의 OS만을 고집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캠퍼스, 라우팅, 그리고 미래의 6G 기지국까지. 아리스타의 모든 장비는 오직 하나의 언어로만 대화합니다. 이것이 주는 관리의 효율성과 안정성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최고의 해자입니다.

The Arista Way: 문화가 곧 기술이다 [18] – 아리스타에는 QA(품질보증) 팀이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품질을 무시한다는 뜻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개발자가 코드를 짜고, 테스트하고, 직접 품질에 대한 책임까지 집니다. 모든 엔지니어가 미니 CEO처럼 일하는 이 독특한 문화는 경쟁사들이 결재 서류를 올리고 있을 때, 아리스타가 버그 없는 코드를 배포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기술은 베낄 수 있어도, 문화는 베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아리스타의 진짜 해자이지 않을까요?

아리스타의 큰 그림: 글로벌 통행세 징수원

지금까지 살펴본 아리스타의 로드맵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 과거 (AI): 데이터센터 백엔드를 장악하며 ‘트로이 목마’ 작전 성공
  • 현재 (Enterprise): 시스코가 독점하던 캠퍼스 네트워크의 파이를 뺏어오며 현금을 비축
  • 미래 (Telco): 이제 6G와 AI-RAN을 통해 전 지구적 연결망(Scale-Across)을 구축

이러한 아리스타의 큰 그림을 보고도 아리스타 네트웍스를 단순히 ‘AI 테마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까요? 아리스타는 이미 구시대의 질서를 크게 무너뜨리고 AI 데이터센터 프론트엔드 네트워크의 대장이 되었고, 앞으로도 확실한 로드맵을 통해 차세대 네트워크 권력을 거머쥘 기업입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마다 돌비 애트모스 로고를 보며 그들에게 소리 통행세를 내듯,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생성하는 모든 데이터 트래픽은 아리스타라는 톨게이트를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연구자 의견

아리스타 네트웍스에 정말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아리스타는 AI-RAN 얼라이언스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이 시장에 무관심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만입니다. AI-RAN의 본질을 살펴볼까요? 본문에서는 네트워크 라우팅 최적화를 중앙의 텔코 데이터센터가 처리하고, 각 기지국에 명령을 내리는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때에는 중앙 데이터센터의 네트워크를 아리스타가 차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큰 시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큰 잠재력은, 기지국을 하나씩 소형 AI 데이터센터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통신 전용 장비가 빠지고, 그 자리에 GPU 서버와 스위치가 들어오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전통적인 통신 장비의 영역이 아닙니다. 구조 자체가 AI 데이터센터와 똑같아집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죠? 바로 Scale-Across 상황입니다. 여러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AI 컴퓨터처럼 묶어 쓰던 방식이, 이제 그대로 기지국까지 확장되는 겁니다. 그래서 AI 데이터센터에서 Scale-Across로 쌓아온 네트워크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AI-RAN에 한 번에 이식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립니다.

물론 아리스타가 공개적으로 AI-RAN, 6G 등에 출사표를 던진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경쟁사인 시스코는 엔비디아와 협업하고, AI-RAN Alliance에도 참여 멤버로 올라가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 시스코가 엔비디아와 협약을 맺으며 보도자료를 낼 때, 아리스타는 묵묵히 Scale-Across 기술을 완성하며 기지국이 데이터센터로 변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리스타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은 기업의 기술력을 반영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주식이 어떻게 될지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닷컴 버블의 시스코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그리고 투자자로서 지금의 시장을 보며 드는 확신은… 남들은 아리스타가 ‘AI-RAN 얼라이언스’ 명단에 없다는 이유로 소외되었다고 말하지만, 저는 이것을 철저한 전략적 침묵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게 지금 당장 투자할 수 있는 1억 원이 주어진다면 리스크 관리는 필수이기에 1억 원 전부를 한 종목에 ‘몰빵’하는 도박은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가장 무거운 비중은 단연코 아리스타의 몫입니다. 제가 이쪽 분야 연구자이기도 하기에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많이 투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닷컴 버블 시절의 시스코와 지금의 아리스타는 다릅니다. 아리스타는 하드웨어 껍데기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EOS라는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파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타에 대한 점수는 지난 리포트와 같습니다. 현재 기술 수준 20점, 기술 및 제품 완성도 20점, 알앤디 투자 방향성 20점, 조직 인적 자원의 수준 20점, 시장 영향력 및 생태계 18점을 주겠습니다. 지난 리포트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아리스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전히 EOS이며, 그들은 하드웨어 회사가 아닌 SaaS 회사입니다. 동일한 맥락으로 이번 리포트에서도 캠퍼스 네트워크부터 라우터 시장까지 노리는 아리스타의 경쟁력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경쟁사들의 현 상황을 마지막 챕터에 간략히 적었으니, 실제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제가 기재한 경쟁사들의 경쟁력도 공부한 후 투자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